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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한강물 얼고, 눈이 내린 날’

667 2025.01.29 09:0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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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강물 얼고, 눈이 내린 날

강물에 붙들린 배들을 구경하러 나갔다.

훈련받나봐, 아니야 발등까지 딱딱하게 얼었대.

우리는 강물 위에 서서 일렬로 늘어선 배들을

비웃느라 시시덕거렸다.

한강물 흐르지 못해 눈이 덮은 날

강물 위로 빙그르르, 빙그르르.

웃음을 참지 못해 나뒹굴며, 우리는

보았다. 얼어붙은 하늘 사이로 붙박힌 말들을.

언 강물과 언 하늘이 맞붙은 사이로

저어가지 못하는 배들이 나란히

날아가지 못하는 말들이 나란히

숨죽이고 있는 것을 비웃으며, 

우리는빙그르르. 올 겨울 몹시 춥고 얼음이 꽝꽝꽝 얼고.”


 -김혜순 ‘한강물 얼고, 눈이 내린 날’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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